1인가구 청년들을 위한 사회주택의 현황과 활성화를 위한 과제
제6회 주거복지컨퍼런스 기고문 수정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한솔
‘청년’과 ‘주거’
드라마 ‘청춘시대’, ‘으라차차 와이키키’ 등 청년들이 집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스토리가 2030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과거에도 하숙집과 기숙사 같이 공동주택이 주요 무대로 등장하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은 많았지만, 단순히 배경이 아니라 집에 대한 ‘공유’가 핵심 소재로써 스토리라인이 구성된 적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특히 공유주거의 에피소드는 드라마 뿐 만 아니라 유튜브, SNS 콘텐츠, 에세이에서도 공감대를 확장하고 있다. 대중문화 트렌드의 변화는 사회적인 관심의 변화와 맞물려 이루어진다. 2030 세대를 중심으로 가족, 가구에 대한 인식과 구성이 변화하고 있다. 집에 대한 공급 형태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가족과 가구 그리고 주거에 대한 사회·경제·문화적 변화가 대중문화 콘텐츠 흥행까지 영향을 준 것이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청년 주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이래,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 임대차시장 역시 큰 변화가 발생했다. 청년 주거의 문제적 지점은 몇 가지 통계만으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청년 주거 문제가 가장 심각한 서울의 1인가구 월세방 평균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임대료가 53만원에 육박한다. 통계청에서 매 년 실시하는 가계동향지수의 청년 1인가구 월평균 소비지출에 대입시키면, RIR이 30%를 넘게 된다. 서울시 청년 주거빈곤율은 40.4%를 넘어섰으며, 10년 간 1,308%라는 증가율을 보인 고시원/고시텔에 거주하는 사람 중 72.4%는 청년이라는 통계는 청년들의 주거 현실을 명확하게 드러내주고 있기도 하다.
단순히 경제적, 물리적 환경의 열악함만 청년 주거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가구의 변화도 집중적으로 조명될 필요가 있다. 우선 2018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가구의 비율은 전국 29%, 서울시는 32%로 한국의 가장 주된 가구 유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구가 40대 이하의 청년이다. 또한 비혼가구, 동거가구 등 새로운 형태의 가구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사회의 인식과 제도는 새로운 흐름을 쫓아가고 있지는 못하다. 서울시가 최근 ‘1인가구 기본계획’을 마련하기는 했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이 집행되고 있지는 않다. 또한 법률혼으로 맺어진 신혼부부가 아닌 적절한 주거 복지 정책이 부재하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가구원들은 주거 정책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대안 주거 모델 : 사회주택
이러한 흐름에 맞게 여러 가지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로 ‘사회주택’이 있다. 흔히 사회주택이 ‘쉐어하우스’라는 주택 형태, ‘주택협동조합’이라는 기업의 형태와 혼동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선 용어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쉐어하우스는 하나의 세대를 여러 가구가 공유해서 사용할 뿐이지, 그 자체로 대안적 주거 모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숙이라는 주거 형태도 관리하는 하숙집 주인만 없다면 쉐어하우스와 유사한 형태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1인가구 전용주택의 높은 임대료 때문에, 룸 쉐어의 방식을 통해 세대 내의 공간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쉐어하우스는 임대료 측면에서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공급량도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는데, 플랫폼 ‘셰어킴’의 자료에 따르면, 쉐어하우스 공급 증가율을 지난 3년 동안 매 해 100%를 상회했다. 다만, 민간 임대시장에 일반적으로 공급되고 있는 쉐어하우스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서울의 높은 부동산 가격 때문에, 공간의 공유를 통한 효율성을 최대한으로 높인다 하더라도,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임대료가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또한 주택 및 주거와 관련된 법에서도 쉐어하우스에 대한 규정을 제대로 만들어놓지 않았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나 주택임대차보호법 상의 필수적인 기본권 침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제도적 리스크가 있다. 따라서 급격한 공급량의 증가를 보이고는 있지만, 쉐어하우스를 청년 주거의 대안적 모델이라고 강조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다시 ‘사회주택’으로 돌아오면, 사회주택이란 주거 공급 및 운영 자체의 모델을 의미하는 개념이며 정책적 용어라고도 볼 수 있다. 사회주택의 의미는 통합되지 못한 상황이지만, 일반적으로 정부와 비영리 사회적 경제 주체에 의해 공급 및 운영되는 낮은 임대료의 주택을 의미한다. 2015년부터 조례 제정을 통해 사회주택을 정책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던 서울시에서는 ‘주거 관련 사회적 경제 주체가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공급하는 주택’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구체적으로 시세 80% 이하라는 임대료 통제의 기준도 제시하고 있다. 국토부에서도 2019년 사회주택 활성화방안을 발표했는데, ‘사회적 경제 주체에 의한 임대주택, 저렴한 임대료, 안정적 거주기간의 보장, 공동체 활성화 등 사회적 가치 추구’ 등을 통해 사회주택을 정의하였다. 주요한 공급 형태로는 리모델링형(빈집, 비주택 등), 사회주택,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서울사회주택리츠 등이 있고, LH에서 공급하는 사회적주택도 민관 협력의 모델로 사회주택의 한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시의 정의든, 국토부의 정의든, 사회적 경제 주체가 공공성을 담보하고 공급하는 주택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회주택이란 공공임대주택과 대비하여 사회적 경제 주체가 주도적으로 공급하는 주택이라는 의미로 보면 된다.
청년 주거 이슈에서 해결해야 되는 우선적인 세 가지는 1) 높은 임대료로 인한 주거비 부담, 2) 지옥고로 대표되는 열악한 환경, 3)1인가구 증가와 맞물린 청년들의 사회적 고립을 뽑을 수 있다. 사회주택은 세 가지의 청년 주거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비영리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시세 80%라는 임대료 수준이 적절한지는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그럼에도 사회주택은 천문학적으로 높은 민간 임대시장의 임대료와 관련된 통제를 제도화한 모델이다. 또한 낙후된 빈집이나 비적정 주거를 새롭게 리모델링하거나 신축을 하는 경우처럼, 주택 환경에 대한 개선을 지속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
로 공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운영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면서, 주거 공동체 관계망을 강조하기 때문에, 1인가구의 사회적 고립의 문제까지도 극복할 수 있다.
물론 세 가지 측면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모델을 구축하기란 매우 어렵고, 지난 5년 간 양적인 성과 측면에서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진남영에 따르면 2019년 6월까지 전국적으로 총 1,639호가 공급되었다. 공공임대주택, 민간임대주택의 공급량과 비교해보아도 턱없이 부족한 물량임은 분명하다. 다만, 투기와 재테크의 수단으로만 점철되어 있는 민간임대시장에서 사회적 경제 주체가 공공성을 가진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 해냈고, 지금까지도 건실하게 유지하는 기관이 많다는 사실 만으로도 기존의 주택 공급 패러다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또한 2019년 하반기에 서울시에서 빈집활용토지임대부, SH사회적주택 등 300호 이상을 공급하는 진행하는 등 제도가 안착됨에 따라 공급 증가율도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이다. 2천호 수준의 공급량이 임대시장에서 매우 미약하다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자본력이 약했던 사회적주체가 지난 5년간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점차 안정화되어 공급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보았을 때, 공급 증가율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사회주택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조건
공급량이 일정 수준이 이상을 넘어 초기 진입장벽을 극복하고 나면, 향후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비영리 모델의 특성 상 사회주택을 공급·운영하는 사회적 경제주체가 일반적인 부동산 투자회사처럼 시세차익을 쫓을 수도 없고, 임대료를 높임으로서 고수익 구조를 설계할 수도 없다. 사회주택이 수익구조를 내기 위해서는, 좋은 질의 주택을 공급하고 공실을 최소화함으로써, 초기에 적산한 비용을 장기간에 걸쳐 회수를 해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공실을 줄여나가는 방법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입주한 입주자가 오랜 기간 거주하거나, 퇴실을 하더라도 다음 입주자가 바로 이어서 입주하면 된다. 다만 기존의 임대시장과 비교했을 때, 입지 선정과 질 좋은 주택의 하드웨어는 상대적으로 우위를 선점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공급역량도 중요하지만, 임대운영관리 역량을 특화하여, 입주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비교우위를 가져가야 한다. 입주자의 만족도가 높으면 자연스럽게 거주기간이 늘어날 것이다. 부득이하게 공실이 생기더라도 기존 입주자의 바이럴 마케팅 등을 통해 새로운 입주자를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수익구조의 안정화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세입자와 임대인이 관계를 맺어가는 집
사회주택의 운영 내실화를 위해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역량을 특화하고 강조해야 한다.
첫 번째로는 ‘세입자와 임대인이 함께 관계를 맺어가는 집’이라는 측면이다. 한국의 부동산 임대시장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의 적대적 구도가 성립될 수밖에 없다. 집이 재테크의 수단으로만 여겨지기 때문에, 임대인은 세입자를 수입과 지출의 원인으로만 인지하게 된다. 사람이 살아가기에 적절한 주거 공간이 무엇일지에 대한 조치를 고민하기보다는, 지출을 최소화하고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임대인에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이다. 임차인의 경우, 한국 사회에서 워낙 취약한 세입자의 권리로 인해 계속적인 피해를 입어왔기 때문에 임대인을 적대적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청년 1인가구은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약자이기 때문에, 임대차 분쟁에서 상대적으로 더욱 취약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결국, 임대인에게는 과도한 규제이며, 임차인에게는 부실한 보호망일 뿐이다. 주택 관리·운영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사회적 손해가 크다. 실질적으로 주택을 점유 및 사용하고 있는 임차인과, 건축 단계의 내부적 정보, 주택이 과거에 겪었던 이력, 원가와 감가상각 수준 등을 알고 있는 임대인이 대립적인 구도로 남아있게 되면, 제로섬 게임처럼 부정적인 결과만 낳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오늘의 임대시장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대승적으로 협력하는 사례가 나타나기란 가뭄에 콩 나듯 희박한 것이 현실이다.
사회주택은 기존의 임대시장의 임대인-임차인 구도와는 전혀 다른 관계를 가질 수 있다. 우선 사회주택을 다루는 대부분의 사회적 경제 주체가 주거권 보장을 우선적인 조직의 미션으로 두고 있다. 기업의 창업정신과 직원(활동가)들의 근무 동기, 후원자 및 투자자 목적 역시 주거권 보장을 위해 세입자와 운영기관이 협력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특히 주택협동조합의 경우에는 입주자가 조합원이 되기 때문에, 기업의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세입자의 권리 차원과 기업의 재정 흐름이 함께 논의 테이블에 오르게 되고 자연스럽게 양자의 측면이 함께 고려되며 관리·운영이 이루어진다. 가치적인 측면 뿐 만 아니라, 경제적인 유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입주자 만족도가 수익 안정화의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운영기관 입장에서는 계속적으로 세입자와 만나고 협의할수록 기업의 수익구조가 나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임대인-임차인 사이의 협업 관계는 민간임대시장은 물론 공공임대주택에서도 기대할 수 없는 특별한 요소이기도 하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에서는 ‘달팽이집’을 운영하며, <민달팽이유니온>, <청년유니온>과 MOU 등을 통한 협력관계를 맺고, 주거권, 노동권의 상담 및 교육 프로그램을 입주조합원에게 제공하고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달팽이집 운영 내에서도 제도로 해결할 수 없는 사각지대를 논의하고 협의해서 거주공간의 다양한 문제가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사를 가더라도 세입자 권리만큼은 보호 받을 수 있도록 역량 강화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인다. 막막하게 서울에 올라와 힘겹게 독립을 했던 청년들에게, 달팽이집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퇴실 사유 중 높은 비율 중 하나가 행복주택과 같은 ‘공공임대주택 선정’이라는 이유를 분석해보았을 때, 주거권과 관련된 정보의 공유는 대한민국 청년들 중 사회주택 ‘달팽이집’의 입주자가 가장 높은 수준의 집단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사회주택은 개발자 중심의 공급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세입자가 주도하는 공급으로 순서를 바꾸고 있다. 기존의 입주자는 운영기관이 새로 공급하는 주택 공급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입주자들은 주거용 건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며, 자신들의 주택 관리에도 주택 공급의 경험을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운영기관 입장에서도 기존 입주자들의 의견을 통해 청년 1인가구들이 주거공간에서 필요로 하는 수요를 사전에 파악하고 건축에 반영할 수 있다. 민간임대시장에 세입자는 본인이 거주하는 건물의 임대인이 다른 건물을 신축하는지, 그곳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절대 알 수도 없고 알아도 세입자에게 어떠한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사회주택은 정보가 공유되고 입주자 간의 소통, 운영기관과의 협업이 이루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공급 과정까지 참여할 수 있고, 주택 공급과 운영 전반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미래의 가족과 공동체를 맞이하는 사회주택
사회주택의 두 번째 가능성은 새롭게 변화하는 가족과 공동체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하고 맞이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이라는 지점이다. 산업화 이전에 대가족 체제가 4인가구 중심의 핵가족 체제로 변화했듯이, 지금의 한국 사회는 또 다시 새로운 가족과 가구로 변화하기 위한 과도기에 들어서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에 소외되어 왔던 다양한 유형의 사람과 관계들에 대한 기본권의 요구에서 비롯되기도 하였고, 전통적 공동체의 해체에서 그 원인이 시작되기도 한다. 일례로 2030 청년세대는 기존의 ‘전통적 공동체’에 편입되는데 거부감을 가지거나 어려움을 겪는 편이다. 정민우와 이나영은 ‘가족 공동체’에 대한 청년들을 인터뷰한 연구를 통해, 공동체 내에서 강력한 권위가 행사되거나 권력관계 내에서 수행해야 하는 의무에 대한 부담과 부당함을 청년들이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더불어 한국 사회는 ‘취업’, ‘결혼’, ‘육아’ 등 생애주기에 대한 의무를 이유로 지나치게 사적으로 간섭하는 경우가 공동체 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인권과 개인을 존중하는 감수성에 익숙한 청년 세대에게는 권력 관계에 의한 역할과 의무가 고착되어 있는 전통적인 공동체를 통해 만족감이나 안정감을 가지기 어렵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친밀성(intimacy)을 매개로 한 새로운 공동체가 선호되고 있다. 김혜경은 이를 ‘전통적인 공동체 개념을 대체하는 대안으로 제시’하며 프리드만(Friedman)의 주장을 인용하여 ‘이해(理解)와 가치의 공유, 애정과 존경의 상호성에 바탕한 관계이며, 이미 만들어진 기성의 공동체, 주어진 공동체와는 달리 ”선택을“ 통해 형성되는 관계’를 강조하였다. 김형주와 최정기는 ‘단일성 혹은 획일성에 반대하고 표준화를 거부’하는 현대의 공동체의 특성을 분석하였는데, 이 역시 청년들의 바라는 새로운 ‘친밀성’의 공동체와 일치하는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친밀성을 매개로 한 대안적 공동체의 구성은 학계 뿐 만 아니라, 시장과 온라인 커뮤니티로 대표되는 현장에서도 이미 엄청나게 확장되고 있다. 청년 1인가구가 커뮤니티를 구성하고자 하는 욕구가 적다고 하지만, 비혼모임, 채식모임, 독서모임, 반려동물 모임, 지역모임 등 각종 커뮤니티를 모으는 벤처 기업이 꾸준한 성장하고 있다. 심지어 고액을 들여서까지 관계를 맺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동질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을 선택해서 만날 수 있는 관계의 경우, 신뢰와 안정감을 확보할 수 있다. 과도한 경쟁과 불안정한 사회·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피로감이 쌓인 상태에서, 굳이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하고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기존의 공동체보다는 보다 더 자율성을 지니고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집단을 선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집을 매개로 한 새로운 유형의 커뮤니티는 애초에 구성되기조차 어렵다. 우선은 새로운 가족을 담기에는 정책적 한계가 크다. 주거복지와 공공임대주택 입주 등 대부분의 주거·주택·가족·가구 정책에서 2인가구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법률혼 관계가 아니면 이용하기조차 어렵다. 비혼이나 성소수자, 심지어 형제/자매 2인가구 까지도 대부분 정책 대상에서 제외된다. 1인가구가 여럿이 모여 사는 공동체의 경우에도, 관계망에서의 신뢰를 제외하고는 정책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이용하거나 보호받을 수 있는 영역이 사실상 없는 수준이다. 주택법,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개정, 생활동반자법 제정 등이 논의되고는 있지만, 근시일내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
사회주택은 공공영역에 한계와는 달리, 보다 더 유연하게 새로운 가족·가구 이슈에 접근할 수 있다. 민간의 자율성이 있다 보니, 법률혼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가족제도의 틀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또한 주택 입주 과정에서 획일적인 기준과 프로그램을 제시 및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중시하는 가치나 취향, 라이프 스타일 등을 담을 수 있는 플랫폼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이웃에 대한 동질성과 친밀성을 확보할 수도 있다. 특히 제도적 한계를 현장에서 직접 뚫어낼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초기에 달팽이집이 공급되었을 때, 행정은 세대 내에 다수의 서로 다른 1인가구가 동등하게 독립세대로 임대차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제도적 벽을 실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합과 입주조합원들이 지속적으로 사례를 증명하고 주민센터의 담당 공무원을 설득하면서 제도적 한계를 보완해나갔다. 5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며 달팽이집은 해당 지역에서 큰 무리 없이 행정의 인정을 받는 주택과 가구 형태가 되었다. 최근에는 6명이 사는 쉐어하우스가 대가족으로 인정받아서 공과금의 할인을 적용받기도 하였다. 이처럼 공공이나 제도의 영역에서 먼저 나아갈 수 없는 변화의 흐름을 민간의 영역인 사회주택에서 우선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행정은 선례를 따라 변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존의 사회 제도의 한계를 사회주택 영역에서 먼저 바꾸고 선례를 통해 제도 변화를 요구하는 선구자적 역할까지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결론
사회주택의 활성화는 변화하는 한국 사회의 가족, 가구, 부동산 시장 등의 현실에 유의미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시민사회의 역량을 강화하며, 시장에서 사회적 경제 주체의 경쟁력까지도 확보할 수 있는 주택이다.
사회주택이 한국 사회에서 안정적이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유관기관들과 입주자 모두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협력이 필요하다. 민달팽이 역시 2014년 2억 5천만원이라는 소중한 펀딩금과 1억원에 가까운 출자금을 기반으로 지금의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섰고,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향후에도 활동의 경험을 공유하고, 민주주의, 신뢰, 협업, 소통 등의 프로그램을 공유해나가며 서로의 조직 역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사회적 약자의 주거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해당 조직의 내실까지 확보하는 사회주택 사례가 많아지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사회주택 정책이 한국 사회의 주거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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