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NGO 발언대] 임대차법 1년, 세입자의 안녕이 궁금하십니까 _ 이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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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건축을 계획할 때마다 선택의 순간이 온다. 한정된 예산을 외관에 투입할지, 내장재에 투자할지. 외관이 화려하면 당장은 임대 걱정이 없다. 하지만 수십년을 살아갈 사람에게는 편안함이 덜할 것이다. 그럴 때면 집이 무엇인지 상기한다. 집의 근본은 사람이 사는 곳이다. 비록 드러나진 않더라도 튼튼한 기반이 우선되어야 한다. 오래 머물 집이기에 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식은 집을 지을 때는 물론, 집에 관한 정책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법)이 개정된 지 1년, 거대 언론들은 매일같이 임대차법을 비판하고 있다. 골조는 대동소이하다. 전세가격이 폭등했다는 것. 부동산 시장은 한 가지 정책만으로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잊기라도 한 듯이, 전적으로 임대차법 때문에 서민들이 고통에 내몰렸다며 비난을 쏟고 있다.

상당수의 언론은 입맛에 맞는 통계를 선택적으로 사용하고, 국제 전반의 부동산 가격 변화를 무시하고, 고가 아파트 중심의 전셋값 상승으로 평균을 왜곡하고, 정부 정책의 영향 등을 삭제하며 임대차법을 노골적으로 깎아내리고 있다. 자산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만을 조명하는 이러한 주장을 정치권이 비판없이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움을 더한다.

한편 대다수의 임차인들은 드러나지 않는 안녕을 얻었다. 임대차법 개정 이후 800만이 넘는 세입자 가구는 2년이 아니라 4년의 집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 계약갱신율은 임대차법 개정 전 57.2%에서 지난 5월 77.7%까지 상승했다. 평균 거주기간은 5년에 이른다. 세입자들의 삶이 안정화되고 권리가 두터워지고 있다.

물론 전반적인 부동산 정책은 아쉬움이 크다.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 시장의 투기행위 근절, 조세제도 개혁 등 근본적인 조치가 수반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산 불평등이 심화된 경향이 있다. 하지만 31년 만에 고작 한 걸음 나아갔을 뿐이다. 임대차법의 본연의 목적은 다주택자의 이익 증대가 아니라, 세입자 권리의 보호다. 주택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국민 전반의 주거권이 두터워졌으면 성과로서는 충분하다. 기득권의 이해관계가 반영되지 않았기에 악법이라고 호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얼마 전 전세계약 연장을 거부당했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임대인의 실거주 목적이 아닌 이상 임대차법상 명백한 불법이었기에 관련 내용을 알려주었고, 어렵지 않게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친구는 처음으로 정치가 내 삶에 도움이 되었다며 나에게까지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 임대차법이 개정된 지 1년, 할 일은 명확하다. 부실한 통계를 근거로 과거 회귀를 운운하기보다, 법 개정 후에도 보호받지 못하는 세입자 보호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댈 시간이다. 집은 수십년 뒤에도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Posted by 아구몬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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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상력
중고등학교 친구들의 경우 평소에는 정치 혹은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다가도 흥미로운 주제를 던지면 약간씩 반응을 보이곤 한다. 대표적인 것이 전월세를 2년 넘게 계약하는 법이 나올 수도 있다는 주제였다. 누구도 상상해본적이 없던 것이다. 우리가 태어난 이후에는 주택임대차계약은 항상 2년이었으니깐. 그리고 2년보다 늘어난다면 정말 정치가 삶을 바꿔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는 듯해 보였다.

2. 보증금
한국은 전세제도를 비롯해서 주택임대차의 보증금 수준이 매우 높은 나라 중 하나이다. 갭투자나 깡통전세 등 많은 부작용을 낳는 원인이기도 하다. 한편에서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같은 사회적기업도 높은 보증금 덕분에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어쨌든 한국의 보증금 제도가 특이하지만 쉽게 바뀌기도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임대차5법이 잘만 통과 된다면, 사회적기업에게는 계속 장점이 되고 사회적 차원에서의 단점도 최소화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3. 평범한 달팽이집
달팽이집의 장점 중 하나는 세입자의 퇴거하지 않을 권리이다. 임대차5법이 개정되면 달팽이집이 내세울 수 있는 장점 하나가 사라진다. 행복한 아쉬움이랄까. 덧붙이자면 ("내가 해봐서 아는데!") 투기 목적 없이 진짜 임대업으로 돈 벌 생각이었으면 임대차기간이 2년이든 4년이든 6년이든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은 확실하다. 달팽이집도 평범해지는 날이 오면 좋겠다.

4. 프리랜서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고 직장 문화도 좋고 업무의 성취감도 좋은 직업은 대부분 프리랜서직군에 속한다. 누군가는 청년들이 그런 노동환경을 선호하면서도 굳이 공무원이나 대기업 같은 반대의 조건으로 찾아가는지 의아해하더라. 진심으로 의아해 한다. 그분들은 임금과 고용안정성에 대한 전제의 차이를 정말 생각하지 못하는 것일까? 집 사고 싶어하는 청년들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 그게 진짜 자가 소유 자체가 목적이 아니란 것을 몰라서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일까?

Posted by 아구몬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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