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31. 경향신문 기고글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07310300005
"공통선이 사라진 세상에서는 또 다른 장면이 펼쳐진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이슈가 화두가 되자, 1주일을 채 넘기지 않고 국토교통부 도로국 도로정책과에는 대응 TF가 구성되었다. 국토부 관계자에 따르면, 적게는 20명에서 최대 50여명의 국토부 공무원이 이슈에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장관의 한 마디에 갈대가 바람에 눕듯이 정부의 행정력이 집단적으로 움직였다. 이슈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전세사기·깡통전세라는 사회적 재난이 국민 다수에게 수년간 몰아치고, 피해자 5명이 세상을 떠나서야, 겨우 피해지원단이 구성되는 상황과는 참 대조적이다. 권력자의 정쟁 한 마디에 움직이는 행정력이든, 전세사기 문제를 해결하라는 한 마디를 아낀 장관이든, 어느 쪽도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1년의 사이클이 다시 돌아왔다. 예상하기 어려운 재난 대응은커녕, 똑같은 비극마저 반복될 것만 같다. 반지하주택을 매입하겠다는 대통령과 서울시장의 선언이 무색하게, 34%나 감축된 정부의 매입임대주택 예산은 여전히 그대로이며, 서울시의 매입임대주택 공급실적은 목표 대비 10%대를 웃돌고 있다. 침수 방지시설을 임시로 설치하는 대책조차 당초 계획의 20% 수준에 그치고 있으니, 더는 폭우가 내리지 않기를 기도하는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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